기타썰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사칭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 - 시나리오

잉여시민 2022. 2. 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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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떠도는 스미싱, 주로 문자로 날아오는 경우는 그래도 보이스피싱 예방이 쉬운편인데 전화로 협박해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검찰청 사칭하여 대포통장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건 사기라고 경찰에서 홍보하기도 하는데 얘네들이 바로 대검찰청이라고 하면서 돈 내놓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다른데 짧게는 수 시간에서 길게는 수 주까지 심리적으로 압박해서 피해자를 궁지로 몰아 넣은 다음에 돈을 뜯습니다. 솔직히 저 위의 내용이야 누구나 다 알지만 보이스피싱 및 사기는 심리전입니다. 뭐 하나에 빠지면 전문직이건 남성이건 여성이건 넘어가버립니다.' 주변에 누가 도와줄 사람이 있었으면 모를까 없으면 그대로 끝입니다.

 

그래도 허접한 문자 메세지였으면 제가 글을 안 올리는데 제가 받아보았던 건 꽤나 정교해서 주변 사람들도 놀라더군요. 이 게시글 내용이랑 이미지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기타 커뮤니티에 출처 없이 막 퍼나르셔도 됩니다. 다만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비난은 하지 말아주시고 제가 이 글을 올리는 건 공익의 목적입니다.

 

 

 

등장인물은 넷 입니다.

경찰 역, 검찰 역, 금융감독원 과장 역, 금융감독원 과장의 부하직원 역(검거책)

 

경찰 역이 전화를 해서 홍길동씨를 아냐고 물어봅니다. 이 홍길동이 당신의 대포통장으로 11번가, 중고나라에서 거래를 했다며 그 피해액이 수천만 원이라고 합니다. 해당 범죄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당신을 집단 고소했다면서 위 자료들을 보여줍니다. 법무법인 세종, 동인, 센트럴 이런 이름만 봐도 사람의 머리가 띵해집니다.

 

그러면서 여태 자기들이 수사를 위해 연락을 했는데 당신이 연락을 안 받아서 마지막으로 개인번호로 전화한 거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수사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구속된다고 협박을 합니다. 만약 피해자가 직업이 없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직업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회사에 알려질까, 집안에 알려질까 잘 위조된 서류 때문에 몸을 벌벌 떨게 됩니다.

 

 

 

간단한 이야기를 하고 검사 역이 전화를 바꿉니다. 하필 기한이 오늘 몇 시까지고 당신이 여태 범죄 전력이 없고 하니까 자기가 판사님에게 잘 부탁해서 오늘 몇 시까지 끝낼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꼬십니다. 위 서류를 보여주며 (가) 강압수사 - 구속되어서 받을 것인지 (나) 협조수사 - 전화 상으로 수사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라고 합니다. 대부분은 다 협조수사를 하겠다고 하겠죠. 주작이라고 하기에는 서류들이 다 그럴듯 해서 전화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머리가 멍해집니다.

 

 

 

자기가 검사라며 인증한다고 이런 걸 보여주는데 잘 보면 이메일이 gmail로 되어 있습니다. 주민등록증도 어딘가 어설프지만 사실 사람이 한 번 넘어가면 이런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범죄에 연루되었으니 당신이 가진 계좌를 검증한다면서 어디 은행에 얼마, 어디 은행에 얼마가 있는지 다 불으라고 합니다.

 

사람마다 조금 패턴이 다를 수 있는데 보통 현금을 빼오라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계좌이체도 요즘은 고전적인 수법인 것 같습니다. 현금으로 건네주는게 추적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예금 및 적금을 해지하거나 돈을 인출해서 달라고 하며 나중에 수사가 끝나면 해당 계좌를 원복해 준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합니다.

 

최악의 경우 대출까지 받으라는 권유를 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명의로 된 대포통장이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진 이유가 은행 직원들 중에 고객들 정보를 빼돌린 무리들이 있고, 그들이 은행에 근무하고 있다며 멀쩡하게 일하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갑니다.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할 경우 해당 지점 은행원의 이름을 외우라고 합니다. 아마 은행원들 DB를 쌓으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사기꾼들의 말을 잘 들으면 사건이 잘 끝났다고 이런 서류를 보여줍니다. 혹시 중간에 의심을 하고 돈을 안 줄까봐 이런 떡밥을 던지는 것이죠.

 

 

그러면서 수사에 협조를 잘 해줘서 고맙다. 오늘 이렇게 사기꾼들 잡느라 힘들었으니 위로금을 주겠다, 오늘 고생했으니 자신을 위해서 썼으면 좋겠다면서 위로를 하면서 그럴듯한 이런 서류를 보여줍니다.

 

 

추가로 이렇게 명의를 도용당한 게 당신뿐만이 아니다, 누명을 벗은 사람이 여럿 된다면서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마구 보여줍니다. 이 사람들의 사진이 뭐겠습니까? 다 이 사기꾼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의 사진입니다. 

 

그리고 중간에 전화가 뚝뚝 끊기기도 하는데요. 함정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전화가 끊어지면 다시 걸거나 아니면 다시 걸게끔 유도를 합니다. 폰에 뭐가 심어져 있으니 수사가 끝날 때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카톡도 전화도 하지 말라고 압박을 줍니다. 나는 어플 깐 거 없는 거 같은데 싶어도 심리적인 압박을 당하니 주변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와도 무서워서 연락을 할 수가 없습니다. 데이터도 끄라고 하고 자신들의 허락을 받고 켜라고 합니다.

 

 

또 사기꾼들이 수시로 신분증을 들고 사진 찍어라, 종이에 뭘 메모하고 그걸 들고 사진 찍어라 하는데 이거 다 위 사진에 들어가는 겁니다. 자신의 얼굴이 이런 식으로 팔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사람이 한 번 함정에 빠지면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현금으로 건네주는 경우 이제 세 번째 사기꾼인 금융감독원 과장이 등장합니다. 근처에 자신의 부하 직원이 출장 나가있으니 그 직원에게 돈을 건네라는 식입니다. 자기가 당신을 무죄 받게 하느라 얼마나 힘든 줄 알았냐면서 얼른 끝내자고 투덜됩니다. 통화가 길어지면서 의아한 것이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각기 다른 기관에 있을텐데 한 자리에 모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등장한 부하 직원을 보면 낌새가 이상합니다.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하기에는 어리고 마스크에 모자에 마치 CCTV에 안 찍히려는 듯 중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검거책입니다. 그렇게 돈을 넘기면 끝입니다. 사실 돈을 못 돌려받아도 검거책만 잡아도 중박 이상은 하는 셈입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는데 대검찰청 사칭은 그냥 허접한 문자, 허접한 우편물 정도였는데 이렇게 정교한 서류로 된 건 제가 못 찾은건지 어쩐건지 해서 올려 보았습니다.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돈을 건네면 끝인 줄 알았는데 무슨 사건을 마무리 하면서 수십가지 서류 작업이 필요하다며 어디서 만나자고 합니다. 그 서류 작업 중 하나가 위의 무슨 무죄판결 비용보상 지급청구서에 나와 있는 돈을 지급하기 위한 것입니다. 돈을 준다고 하니까 보이스피싱범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전 재산 다 뜯기고 대출 더 뜯기고 어딘가에 버려질 수도 있습니다. 끝까지 다 탈탈 털겠다 이거죠.

 

뉴스 보도나 경찰 홍보 자료처럼 사기 과정이 절대 간단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치밀하게 시나리오가 짜져 있고 정교해졌습니다. 심리적으로 압박을 줄 만큼 실컷 다 주게 되면 결국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냥 대포통장에 연루되었다는 전화 받으면 경찰서에 가서 자수하겠다. 사건번호 조회할테니 불러달라 집 근처 경찰서로 가겠다고 하세요. 돈을 요구한다는 것은 이미 심리적으로 손아귀에 다 들어왔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말입니다. 이미 이 단계에서는 늦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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